올여름 집중 호우와 오랜 장마로 침수 피해와 함께 산사태를 겪은 지역이 한두곳이 아니다. 근처에 산이라도 위치한 농가라면 산에서 휩쓸려 내려온 토사로 심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집중 호우의 빈도는 잦아지고 장마가 끝난 후에도 강우량이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여름철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앞으로도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여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식물 재배로 비 피해를 줄인 농가가 있어 화제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비 피해가 유난했던 전남 광양시 다압면. 산자락 군데군데 파인 흔적과 산길을 가로막은 토사들이 지난여름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곳 백운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청매실농원은 피해가 심하지 않았다.
“산 경사지마다 맥문동을 심었는데, 흙이 전혀 쓸려 내려오지 않았어요. 맥문동을 심지 않은 곳은 흙이 휩쓸려 내려와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매실 명인 홍쌍리씨(68·전남 광양시 다압면)는 “워낙 꽃을 좋아해 몇년 전부터 관상용으로 맥문동을 심었는데 올여름 비 피해를 막아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홍명인도 처음부터 맥문동을 심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해는 산자락을 수놓을 풍광을 기대하며 4,000평 가까이 구절초를 심기도 했다. 그런데 그해 비가 내리자 구절초를 심어놓은 곳마다 흙이 밀려 내려와 피해가 엄청났다. 뿌리가 약하다 보니 조그만 비에도 견디질 못했던 것. 홍명인은 이듬해에는 구절초 대신 맥문동, 벌개미취, 질경이를 심고 사이사이 녹차를 심었다.
그는 “잔디만 심은 곳을 보면 비 피해가 심한데, 맥문동·벌개미취 등을 심은 곳은 피해가 없었다”며 “맥문동을 심을 때만 해도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던 이웃들의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며 웃었다.
홍명인의 경우에 대해 한승원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연구사는 “맥문동은 구근이 덩이를 형성해 점토성분의 흙에서 잘 자라 산사태 예방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며 “모래성분이 있는 지역이라면 다른 식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연구사는 산이나 농촌에서 비 피해를 줄여주는 식물로 홍띠, 조경용 개똥쑥, 억새, 사초류, 둥굴레를 추천했다. 다만 둥글레는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택이나 건물 주변에 흘러넘치는 빗물을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는 ‘빗물정원’을 활용하고 있다. 빗물정원은 다공질성 토양에서 습기에 강한 식물을 재배해 만든다. 빗물을 가둬 토양에 흡수되도록 하고 다시 대기로 증발시켜 도심의 물을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에서는 우리나라 빗물정원에 적합한 식물을 연구한 결과,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면서 수질정화와 뿌리 생장률이 우수한 물억새, 홍띠, 갯조풀, 무늬키버들, 사초류, 붓꽃류 등을 선발했다. 이들 식물은 물을 바로 흡수할 뿐 아니라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다.
잎의 무늬가 생장하는 내내 초록색과 조화를 이뤄 경관을 만드는 붉은 잎의 홍띠와 은빛의 사초류, 그리고 목본 중 무늬키버들의 뿌리는 지상부 높이보다 1.5~2배까지 뻗어서 경사면의 토양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주택에서 빗물정원을 만들려면 빗물이 모일 수 있게 10~20㎝로 땅의 높이를 낮춰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주고 토양은 점토, 모래, 마사토의 순서로 깊이는 10대 6대 3의 비율로 채우면 된다. 정원 대신 큰 화분을 활용해도 된다.
[농민신문 : 2011/08/26]
자료실
담당부서농업기술센터
전화번호051-709-5495
최종수정일2023-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