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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종의 상상칼럼] 꿀벌을 연금조치하라 - 자료실 게시물 보기
[홍사종의 상상칼럼] 꿀벌을 연금조치하라
작성일2011/10/11/ 작성자 농업기술센터 조회수1302
경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고향집에 살며 벌통 10군 규모의 가내 양봉을 하고 있는 필자는 올여름 지루한 장마 끝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벌들이 집을 나간 후 절반 이상이 귀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왜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까. 귀소성이라면 수킬로미터의 먼 거리에서도 집을 찾아올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녀석들이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종일 의문에 휩싸인 채 궁금증에 시달리다가 인터넷에서 학술정보를 뒤지며 원인을 찾았다.

 이름하여 군집붕괴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군집붕괴는 벌들이 방향을 잃고 헤매다 죽는 현상을 말하는데, 밖에 나가서 죽기 때문에 사체도 없고 어린 벌과 여왕벌만 남긴다.

 똑같은 위기상황은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미, 남미, 유럽 등에서 널리 보고된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곤충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충매화(蟲媒花)의 80%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인간의 먹거리 중 거의 삼분지 일이 꿀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타당성 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올해 5월, 6월, 7월, 8월 필자의 벌꿀 수확실적은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지난해 서해안을 할퀴고 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벌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나무가 대부분 쓰러졌고. 그나마 개화기에 비가 계속 내려 벌들이 꿀 채취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원인 중 유력한 설은 전자파의 영향설이다. 전자파에 민감한 벌들이 전자파의 충격으로 길을 잃어버리고 집을 못 찾는다는 것이다.

 두번째 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버린 사례다. 군집붕괴 현상으로 죽은 벌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흔적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기후재앙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갑자기 날씨가 따듯해지면 꿀벌들이 봄으로 인식하고 꿀을 따러 다니는데, 이 경우 맨입으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하다. 지친 몸으로 이곳저곳을 헤매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체력손실은 물론 먹이부족으로 목숨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의 세가지 이유로도 반으로 줄어든 필자 집 벌통의 군집붕괴를 설명할 길은 없었다. 탈 없이 겨울을 잘 지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흔적도 없었고, 전자파 장애가 있었다면 다른 해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논벼멸구 살충을 위한 항공방제 때문이었다. 인력 부족과 대단위 방제의 효율성으로 요즘 농촌은 항공방제를 실시한다. 항공방제를 실시하는 면적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때마다 화분수정을 위해 논 근처로 나갔던 많은 벌들이 비명횡사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농약을 대단위로 살포하는 항공방제는 쌀 생산량의 극대화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벌들을 죽인다. 벌이 줄어들면 거꾸로 충매화로 결실을 하는 곡물과 과실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 상태로 가면 필자의 벌들은 머지않아 우리 집에 맛있는 꿀 공급을 중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난을 피할 방법이 하나 있다. 항공방제가 있는 날, 마을 이장이 동네 스피커를 통해 다음과 같은 예방조치를 부탁하는 것이다.

 “오늘은 항공방제가 있는 날이니, 양봉농가에서는 즉각 모든 꿀벌들을 가택에 연금 조치하시기 바랍니다.” 벌과 인간이 함께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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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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