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배추 10월상순까지 꾸준히 출하될듯… 소비호재 없어 답답…시장격리 등 대책시급

　‘9,017원(9월8일)→8,397원(9월15일)→4,174원(9월22일)’

　최근 보름 동안 서울 가락시장에서 낙찰됐던 고랭지배추 10㎏짜리 상품 한망당 평균 가격이다. 일주일 만에 배추값이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물가 인상의 주범인 양 농산물값 추이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거의 폭락 수준이다. 　

　이처럼 고랭지배추값이 크게 떨어지자 산지유통인들이 출하를 미뤄 당초 9월 말로 예상됐던 출하 완료시기가 10월 초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석 대목 때와는 정반대로 배추값 폭락으로 인한 ‘배추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배추=가락시장의 경우 예년과 달리 추석이 지났어도 강원 태백·삼척·평창 등 고랭지채소 산지에서 하루에 5t트럭 100대 안팎의 배추가 출하되고 있다. 이는 추석 이후 70t가량 반입됐던 예년에 비해 무려 30%나 많은 물량이다.

이와 관련, 유통전문가들은 “7월 장맛비로 9월에 수확하는 고랭지배추 정식이 자꾸 늦춰지다 보니 시기가 분산되지 않고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 큰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10월10일 전후로 예상되는 고랭지배추 수확 완료시점까지 배추 출하물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지 대기물량도 넘쳐=배추값 하락으로 고랭지배추 출하가 지연되면서 산지 출하 대기물량도 넘쳐나고 있다. 산지유통인과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태백·삼척 등 고랭지배추 산지의 배추 출하물량이 5t차량으로 2,000대 분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현석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현재 고랭지배추는 전체의 70%가량만 출하된 상태”라며 “배추값이 폭락하다 보니 산지유통인들이 배추값 추이를 살피면서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있어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배추도 9월 말까지 출하를 완료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4,000원도 붕괴 가능성 높아=배추값 폭락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창제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과장은 “생산비에 근접한 10㎏짜리 상품 한망당 4,000원 선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특히 고랭지배추 출하가 지연되고 가을배추 재배면적까지 크게 늘어난 상태여서 가을배추 출하기에 접어들면 폭락사태까지 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농업관측을 통해 9월 중하순 고랭지배추 출하물량이 30% 이상 증가하고, 10월에도 준고랭지 2기작과 가을배추 재배면적 증가로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6%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장철 배추값에도 영향=고랭지배추 출하물량에 대한 수급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가을배추에 이어 김장철 배추값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가락시장의 한 배추 중도매인은 “추석 이후 특별한 소비호재가 없어 당분간 배추값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고랭지배추 출하가 지연되면 가을배추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김장철 배추값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을 및 김장철 배추값 폭락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현재 출하중인 고랭지배추의 시장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을철 배추값 폭락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고랭지배추를 묵은지나 산지폐기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배추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라며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주문했다.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