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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타고 온 ‘송이버섯’
작성일2011/09/29/ 작성자 농업기술센터 조회수1682
 

 인간의 손을 거부하는 옹고집



 본격적인 송이 얘기에 앞서, 기자의 사담 하나. 기자의 고향은 경남 거창인데, 소백산맥 중허리에 자리한 거창도 질 좋은 송이가 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송이 산지의 노인들이 다 그렇듯 기자의 아버지도 당신만이 알고 계신 송이 터가 있어, 해마다 몇뿌리씩은 송이를 캐신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명당(?)을 장남인 나에게는 수년 전 귀띔해 주고 동생에게는 아직까지 입도 뻥끗 안 하셨다는 것이다. 딱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송이 나는 자리는 자식에게도 안 알려 준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었다 ㅋㅋ.


 각설하고, 기자는 직접 송이를 캐봤다. 송이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조심스레 캘 때의 그 손맛이란…. 이건 직접 느껴보지 않고는 모르는데, 한마디로 사람 환장한다!


 어느덧 더위가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맘때, 드디어 송이철이 시작됐다. 이 좋은 계절을 기다려 겹겹이 쌓인 솔가리를 들어 올리며 봉긋이 솟는 영물이 있으니 바로 송이다.


 예나 지금이나 송이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재배가 가능한 대부분의 식물들과 달리 송이만은 사람 맘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에서 송이 인공재배 얘기가 종종 언론을 타지만, 아직까지 송이 재배에 성공한 예는 단 한건도 없었다.


 가강현 국립산림과학원 미생물자원연구과 박사는 “소나무에 송이 균을 접종하거나 송이가 자라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줘봤으나 송이의 잉태만은 아직까지 인간 영역 밖의 일”이라고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송이가 나는 산에 소나무 묘목을 이식, 감염묘를 만들어 송이를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중인데, 이 방법은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주로 죽은 나무에서 기생하는 다른 버섯들과 달리 송이는 활물기생균이다. 살아 있는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면서 소나무의 양분을 이용해 자라는 버섯이라는 뜻이다. 다른 곰팡이에 비해 쉽게 세력권을 만들지 못하다 보니 그만큼 경쟁력도 약하다. 송이가 나는 지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유기질이 거의 없고 메마르며 경사가 가파르고 배수가 잘 되는, 30~60년 된 소나무 산이다.


 지역적으로 송이의 주산지는 주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에 몰려 있다. 강원 인제·양양·강릉·삼척, 경북 청송·영덕·봉화·울진·안동·포항, 경남 거창 등이 주요 산지다. 해마다 편차는 있지만 1등급 송이의 경우 평균 30만~40만원대(낙찰 가격)를 호가하다 보니 산촌 주민들은 가을 한철 송이 채취로 1년 벌이를 하기도 한다.


 송이의 등급은 길이 8㎝ 이상에 갓이 전혀 피지 않은 게 1등급, 길이 6~8㎝에 갓이 3분의 1 이내로 핀 것이 2등급, 길이가 6㎝ 미만이거나 갓이 3분의 1 이상 핀 것이 3등급이다. 이외 기형품·파손품·벌레 먹은 것 등은 등외품으로 분류된다.


 워낙 고가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까지 들어와 국산으로 둔갑하는 탓에, 강원 양양·경북 봉화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기들 관내에서 생산한 송이에 식별띠까지 부착할 정도다. 그야말로 금테·은테 두른 물건(?)들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의 전국 송이 생산량은 730t 정도로 근래 10년 사이 최고 대풍이었다. 워낙 송이가 많이 올라와, 산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라면 끓일 때도 송이를 넣고, 개도 입에 송이를 물고 다니고, 심한 경우 송이를 말려 장작 대신 군불을 땠다는 우스개가 돌았을 정도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송이 작황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심심산골 소나무숲에서 가을의 보석, 송이가 마구 쏟아져 나와 아직 송이 구경 못한 이들이 하나씩 맛볼 수 있도록 올해도 대풍 들기를.
                                                                              [농민신문 : 20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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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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